역사이야기

고조선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

꾸럭 2022. 1. 4. 08:35

기술 블로그에서 갑자기 웬 역사 이야기인가.

 

사실 나는 비전공 출신 개발자이다. 원래 학부 때 전공은 고고학, 중퇴한 대학원에서의 전공은 정책학이다.

여차저차 이제는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가정을 먹여 살리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역사 이야기를 하는 게 늘 즐겁고 또한 여전히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문화재 관리, 정책 등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하는 이야기는, 특히 고대사 파트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의 역사관을 바탕으로 고대사를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환단고기 좋아하는 소위 환빠 그런 거 아니다. 전공이었던 고고학을 바탕으로 그 시대를 이해하고 즐기고 있을 뿐이다.

 

한국사의 표준이 되는 한국사 교과서는 개인적으로 민족주의 사관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느낀다. 민족주의 사관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특히 선사시대와 고대사 파트.

 

그중에서도 첫 번째 주제로 우리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인, 우리 역사에서 최초의 국가라고 하는 조선, 이성계가 세운 조선과 구분되어 부르는 고조선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뤄본다.

 

여기서 고조선은 역시 논란이 있지만 기원전에 있었다고 하는 단군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을 아울러 고조선이라고 다루기로 한다.

 

역사를 다룰 때는 사료나 고고학 자료 등을 제시하며 풀어나가는 것이 맞으나, 여기에서는 가볍게 내 생각을 정리하는 수준으로 논문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실은 특별히 인용을 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이 고조선에 관해서는 영역이 어디였냐, 기자조선이 있었냐 없었냐, 얼마나 강력한 국가였냐 등등 각종 논쟁이 많지만 사료나 고고학 자료를 아무리 갖다 대어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불필요한 논쟁은 생략한다. 이 땅에 살고 있는 그들의 후손으로서 "고조선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만 집중하기로 한다.

 

기원전 2333년에 지금의 평양지역 혹은 요동지역에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우니 그것이 조선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여기에서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 어쩌고 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이후 고조선이 등장하고 그 이후에 부여, 고구려, 동예, 옥저, 삼한 등이 즐비하는 초기국가들이 등장한다.(이 초기 국가들이 즐비했던 시기를 원삼국시대, 초기철기시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삼국유사, 동국통감 등의 사료를 인용하면서 고조선이 기원전 2333년에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기원전 2333년, 즉 기원전 20세기 이전에 요동 지역이나 한반도에 청동기 문화가 있었는가? 정말 이상하다. 그리고 고조선의 강역을 지금의 한반도 북부지역과 중국 요령성, 길림성 일대까지 지정하고 있고, 이 근거로 비파형 동검이나 미송리식 토기의 출토 영역을 들기도 한다. 드넓은 영토를 가졌던 고조선이 어느 순간 망하고 부족 국가 수준의 부여, 동예, 옥저, 고구려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역사가 퇴행하는 느낌이다.

 

차근차근 정리해 본다.

 

고조선의 건국 연대를 정말로 기원전 2333년으로 본다면 고조선의 중심이 어디든 고조선은 청동기 문화가 아니라 신석기 문화를 바탕으로 세워진 국가이다. 어? 그런데 신석기 시대에 국가가 있을 수 있는가. 지금까지의 연구성과에 따르면 청동기 시대에 접어들어서야 농경 등이 발달하고 잉여자원이 생겨나 그때부터 본격적인 권력이 생기기 시작한다. 신석기시대에는 집단의 리더가 있을 뿐 그 리더가 우리가 생각하는 왕처럼 강력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 것 아니다. 즉, 고조선이 기원전 2333년에 세워졌다면 그 집단은 국가가 아니라 잘 봐줘야 부족사회 정도이다.

 

고조선 이후에 부여, 고구려, 동예, 옥저, 삼한 등의 초기국가시대가 시작되는데 이 초기 국가는 오늘날과 비교하면 초기 국가의 리더는 시군구 정도의 영역을 다스렸다고 보면 된다. 권력도 그리 세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고조선보다 이러한 초기국가들이 역사적으로 더 발전된 형태일텐데, 매우 당연하게도 고조선은 이들 초기 국가보다 덜 발전된 형태일 것이다.

 

따라서 초기 고조선은 신화로 봐야한다고 생각하며, 물론 여러 기록과 고고학 자료로 볼 때 분명히 철기시대 넘어서는 실재했다고 보이나, 철기시대 이전의 신화기 시절의 고조선은 잘해야 오늘날 시군구 정도의 영역만 직접 다스리며 주변에 영향력을 좀 행사한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고조선이 언제 세워졌는지 요동에 있었는지 평양에 있었는지 영토는 어디까지였는지 정치체제는 어떠했는지 당연히 알기가 어렵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아무리 증거가 더 발견이 되어도 고조선은 우리가 상상하는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어떠한 집단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집단체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내려올 정도로 다른 집단체보다 조금은 세지 않았을까?

 

분명히 확신하건대 절대로 왕이 멋진 정전에 앉아서 신하를 거느리고 백성들을 다스리고 국가의 운영을 논하는 그런 수준의 국가가 아니다. 물론 요동지역의 홍산문화가 곧 고조선 혹은 고조선의 기원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도 그에 대해서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홍산문화는 신석기 문화일 뿐 절대 고대국가는 아니다.

 

그럼 왜 도대체 우리의 머릿속엔 반만년의 역사가 시작된 고조선, 강력한 국가 고조선이 있을까. 이것도 그저 역사의 흐름으로 보면 된다. 고조선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 원 간섭기와 근대에 접어들어 일제 강점기 때이다.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이 땅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로 알려진 고조선이 부각되고 과장되고 했을 뿐이다. 이 시기 외에는 간혹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 정도였지 우리 민족의 뿌리 단군 할아버지가 절대 아니었다.

 

그럼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이제 우리는 "고조선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

 

우리 민족의 뿌리이자 한반도 최초의 국가로서 강력하고 자랑스러운 나라였다는 인식은 좀 멀리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인식하니까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대한 역사적 사실 인지가 꼬이고 교육도 어렵다. 그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려울 때 힘을 불어넣어 줬던 민족의 최초국가라는 수준으로만 인식하고, 고조선의 실제 모습에 대해서는 교과서에도 제대로 좀 표현해주고 우리 모두가 이러한 모습을 정확히 인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즉, 한국사에서의 고조선의 의의를 우리나라 최초 국가가 아니라 민족주의를 강조해야 했던 시기에 민족주의를 고양했던 것에 더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못 살진 않지 않은가.

 

앞으로도 역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들이 많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초기국가는 물론이고 본격적인 고대라고 하는 삼국시대도 정말 할 말이 많다.

시간 될 때마다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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